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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산제 축문

행민 2020. 5. 9. 00:10

                 始山祭 祝文

5월13일 정오, 서울의 서남쪽 청계산 산자락(서울대공원다람쥐광장)에서 

이제야 경자년(庚子年)의 때늦은 시산제(始山祭)를 올립니다.

그동안 예기치 못했던 COVID-19 팬데믹사태를 겪으면서 뭘 어느 누구를 원망할 수 있었겠습니까.

이제라도 청계산(淸溪山)을 주관하시는 신령(神靈)께선 저희들 每水會회원일동이 올리는 지극한 이 제()를 흔연히 받아주시옵소서.

남녘 빛고을 출신으로 일찍부터 타향살이에 고달픈 세월을 보내던 저희들이 나이 70 줄에 들어서면서 수구초심(首丘初心)으로 다시 만나 친목과 건강증진을 위해 찾은 곳이 바로 이 청계산길이며 대공원삼림욕장이고 대공원산책길이었습니다.

그때로부터 어느덧 산천도 변한다는 10년의 세월이 흘렀나 봅니다.

그동안 참여숫자도 30명 가까이 늘었지만 신령(神靈)님들의 각별한 보살핌으로 모두들 나이에 비해 건강을 과시하며 노년의 삶을 활기차게 살아왔습니다.

그러다가 지난해부터는 유명(幽明)을 달리한 친구가 나왔고 병석에 눕는 친구도 몇몇 생겼으니 이를 어찌 신령님들의 탓으로 돌릴 수 있겠습니까.

세월의 무게를 감내해야하는 우리 인간이란 존재(存在)의 숙명(宿命) 앞에 저희들은 새삼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일찍이 공자께서 일깨우신 인자(仁者)는 요산(樂山)이요 정()이요 수()라는 요산(樂山)철학을 어설프게나마 터득하고 실천한 저희들인지라, 지금 중수(中壽)에 들어선 연배임에도 오늘 이 시산제(始山祭)의 현장(status quo)에 참여할 수 있다는 대목에서 기껍고 절로 가슴이 뿌듯해짐을 느낍니다.

이에 더하여 한 인간의 삶(生涯)을 평가하려면 그 후반생(後半生)을 보라는 채근담의 경구(警句)도 명심하며, 마음을 비움으로 탐욕과 집착의 노추(老醜)에서 벗어난 아름답고 뜻있는 여생이 되도록 다독여 주옵소서.

특히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는 심신강녕(心身康寧)의 복()된 삶이 될 수 있도록,

금년 한 해 아니 앞으로 내내  신령님이여보살펴 주옵소서!

특히 산을 가까이하고 산을 즐기는 바라기들이 되도록 하소서.

별다른 사고 없는 안전산행(安全山行)이 되도록 각별한 가호를 베푸소서.

비록 차려진 제물(祭物)의 내용은 초라하나 저희들의 정성을 어여삐 봐 흔쾌히 흠향(歆饗)하소서

        2020년  5월  13일.

빛고을출신모임 每水會회원 일동 올림.